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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 게임에 처한 거래소 생태계... 특금법은 제도화 첫 발"
"제로섬 게임에 처한 거래소 생태계... 특금법은 제도화 첫 발"
  • 최진승
  • 승인 2024.12.12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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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성아 한빗코 대표
특금법 개정안, 암호화폐 규제는 글로벌 트렌드
"거래생태계에서 금융생태계로 변화해야"

[비아이뉴스]최진승 기자= "기존 암호화폐 생태계가 거래소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금융생태계 중심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거래소는 선의의 중계자로서 공정한 매매가 이뤄지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래소들은 선의의 중계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 무법지대에서 거래소 스스로 플레이어가 되어 이용자를 상대로 게임을 펼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고객 자산 보호는 뒷전이고 먹튀와 시장조작을 일삼는 악순환에 빠진 게 현 암호화폐 생태계의 실상이다.

김성아 한빗코 대표는 지금의 거래소들이 왜곡된 성장을 해왔다고 지적한다.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거래소는 도박적인 요소를 만들어내야 수익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일종의 카지노였습니다. 지금처럼 규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투기와 시장조작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성아 한빗코 대표는 기존 거래소들이 거래생태계에 국한돼 비정상적인 성장을 해왔다고 지적했다./사진=이건 기자

김성아 대표는 2019년을 거래소들이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으로 제로섬 게임을 벌인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제로섬 게임은 한정된 자원을 놓고 플레이어들끼리 뺏고 뺏기는 상황을 뜻한다. 문제는 서비스 제공자들이 스스로 게임 플레이어가 되어 공정하지 못한 경쟁을 펼쳤다는 점이다.

"일부 거래소는 공정한 중계자 역할을 포기한 채 스스로 플레이어가 되어 이용자와 대결을 벌였습니다. 되돌아보면 2019년은 암호화폐 시장이 움츠러드는 상황에서 불공정한 제로썸 게임이 판을 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 성큼 다가온 '특금법 개정안'의 의미

지난 11월 25일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암호화폐 서비스의 제도권 진입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거래소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김 대표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특금법 개정안 논의가 생각했던 기간보다 늦어진 감은 있지만 제대로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금법 개정안은 그간 왜곡된 거래생태계에서 불온한 의도를 가진 참여자들을 퇴출시키는 첫 단계다. 보다 건전한 생태계 마련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자 시장을 재정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규제 바람도 특금법 개정안이 속도를 내는 데 한 몫 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암호화폐 제도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최근 중국도 방법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규제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역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회원국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서 특금법 개정안이 급물살을 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대표는 한국 역시 글로벌 트렌드를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미 FATF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상황에서 회원국으로서 자체 법안조차 없다는 것은 국가적 망신이기 때문이다. FATF는 2019년 6월 규제 지침을 확정하고 1년 간 준비기간을 둔 상태다. 오는 2월 또 한 차례 가이드라인이 나올 예정이다.

"특금법 개정안이 갑작스레 진행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2018년 초부터 관련 논의가 계속돼 왔습니다. 내년초 FATF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시기입니다."

특금법 개정안이 정무위를 통과했지만 협회 차원에서 아쉬움은 남았다. 이번 개정안은 거래소 신고 요건으로 '실명계좌 사용'을 포함했다. 당초 협회는 거래소 실명계좌 요건을 삭제해 달라는 의견을 개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시행령에 실명계좌 발급에 관한 세부 기준을 명시하도록 해 여지를 뒀다.

"전반적인 개정안 내용은 만족스럽습니다. 업계 의견도 상당 부분 반영됐습니다. 실명계좌 요건이 삭제되진 않았지만 대안을 냈습니다. 대안을 검토할 시간이 짧았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앞으로 시행령에 잘 담길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김 대표는 향후 거래소가 제도적 규제를 토대로 거래생태계에서 금융생태계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이건 기자

◆ 특금법 개정안, 남은 과제는?

특금법 개정안이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법사위와 본회의에 법안 상정이 시급하다. 본회의 통과 후에도 시행령에 들어갈 세부내용을 놓고 정부 부처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업계 대표들로 짜여질 '협의체' 구성안도 가시화되고 있다.

김 대표는 개정안 통과 후에도 협회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운영위원장으로서 김 대표가 추진할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시행령 세부 내용에 대한 협의, 은행과의 관계 개선, 그리고 거래소 생태계 성장이 그것이다.

"민관 협의체를 통해 시행령의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은행과의 관계 개선입니다. 실명계좌 도입을 위해서는 은행과의 관계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규제에 숨통이 트이면 전반적인 생태계 파이를 키우기 위한 협업에 나설 계획입니다."

특금법 개정안 통과가 모든 거래소들에게 호재는 아니다. 규제를 준비해온 거래소들과 그렇지 않은 거래소들 간 희비는 엇갈릴 수 있다. 게다가 지금은 버티기조차 힘들 만큼 시장 분위기도 녹록치 않다.

김 대표는 모든 거래소가 살아남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거래소들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래소들이 거래량 뺏기 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거래소들이 똑같은 역할을 하면서 비즈니스를 유지하긴 어렵다고 보입니다. 가상자산 사업자 영역은 결국 '지갑'과 '거래'입니다. 앞으로는 고객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더해져야 합니다."

김 대표는 기존 거래소들이 거래생태계에만 연연해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향후 제도적 규제를 토대로 거래생태계에서 금융생태계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 투기가 아닌 디파이(DeFi) 등 금리를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의 시작은 거래가 아니라 신용입니다. 암호화폐의 경우 비트코인 이후 거래소 중심의 거래생태계만 활성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앞으로 거래소는 다양한 금융상품 제공을 통해 크립토 금융생태계를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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