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융시스템과 ISMS 인증 갖출 거래소 소수에 불과

[비아이뉴스]최진승 기자=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권 진입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특금법 개정안은 공포 후 1년 뒤인 내년 3월경 시행 예정이다. 기존 사업자의 경우 시행일로부터 6개월 내 신고해야 한다.
국내 거래소들은 개정안에 맞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고 자금세탁방지의무, 이용자별 거래내역 분리 의무 등을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요구하는 기준을 준수할 수 있는 국내 거래소는 많지 않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FIU의 신고 수리 요건에 따라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가상계좌)과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재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보유한 국내 거래소는 4곳(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뿐이다. 개정안은 시행령에 가상계좌 발급 기준과 조건, 절차 등을 담기로 했지만 이를 둘러싼 업계와 은행권 간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FIU는 업계와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현 은행권이 요구하는 가상계좌 발급 요건을 갖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상거래탐지(FDS), 의심거래보고(STR), 자금세탁방지(AML) 등의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적지 앉은 인력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H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 측이 요구하는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라며 "금융권 기준 AML 시스템 운영비만 매년 1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기존 4대 거래소를 포함해 신규 가상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는 거래소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D 거래소 관계자는 "개정안 가운데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 기준이 가장 큰 이슈"라며 "보수적인 은행의 요건에 부합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과 AML 조직을 갖춘 국내 거래소는 2~3군데 뿐"이라고 말했다.

FIU의 신고 수리 요건 가운데 하나인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도 문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관리하는 ISMS 인증을 받은 국내 거래소는 7곳에 불과하다. KISA 측에 따르면 인증심사에 필요한 기간은 기업별 4~6개월, 심사비용은 1100~13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시스템 구축 등 준비기간을 포함하면 1년 가량이 소요되고 관련 컨설팅과 솔루션을 도입할 경우 업체가 부담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업계는 그간 난립해 온 국내 거래소들 가운데 살아남을 수 있는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 요건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는 중소형 거래소들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올해 들어 국내 거래소들의 서비스 종료 소식은 줄을 잇고 있다. 1월 말 국내 1세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이즈가 서비스 잠정 중단 소식을 전한 데 이어 2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사이드(UPXIDE)의 모회사인 일본 미탭스가 한국 거래소 사업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씨피닥스, 제트파이넥스 등 한때 활발했던 거래소들도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H 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벌집계좌(법인집금계좌)를 이용하는 거래소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다"며 "실명확인 가상계좌 도입 기준 등 구체적인 시행령이 마련됨에 따라 국내 중소형 거래소들의 줄폐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FIU는 경희대 산학협력단과 공동으로 특금법 개정안의 시행령 초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시행령이 나오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가상자산 및 가상자산 사업자의 범위, 그리고 가상계좌 발급 기준을 놓고 은행 측이 요구하는 거래소 시스템 등이 이번 시행령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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